더위가 지나면 선선한 바람과 맑은 하늘이 반갑지만 피부에게는 결코 편안한 계절이 아니다. 건조함으로 인해 피부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교차가 커지고 습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피부의 수분이 쉽게 증발해 다양한 피부 질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강한 자외선과 땀, 피지 분비로 손상된 피부 장벽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한 바람을 맞으면 피부 트러블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피부 질환으로는 건조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 등이 있다. 그중 아토피 피부염은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면역학적 이상 반응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피부 장벽 기능이 손상되고 면역 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영유아기에 시작되지만 최근에는 성인에서도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려움증과 건조함, 염증이 지속되며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전 세계 소아의 이환율은 약 10~30%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92만 1070명이 발생한 이후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0년 97만 2928명, 2021년 98만 9750명 등 매년 환자가 늘어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이후에도 환자는 증가했으며, 2018년 대비 증가율은 5.5%였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 피부 장벽 손상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한다. 부모 중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대기 오염, 미세먼지, 온도 변화, 스트레스, 식습관 변화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증상을 악화시킨다. 피부의 천연 보습 인자 감소와 세라마이드 결핍으로 인한 피부 장벽 약화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이로 인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외부 자극물질이나 세균, 알레르겐이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주요 증상은 가려움, 피부 건조, 붉은 염증, 진물, 딱지, 피부 두꺼워짐 등이다. 환자들은 심한 가려움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고 집중력 저하나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피부염이 얼굴과 팔다리에 주로 나타나며, 성인은 목, 팔꿈치 안쪽, 무릎 뒤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진단은 주로 피부과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을 기반으로 한다. 피부 병변의 형태와 분포, 증상의 경과,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진단한다. 필요에 따라 피부 단자 검사(알레르기 검사)나 혈액 내 수치 측정을 통해 알레르기 민감도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 질환은 다른 습진성 질환이나 접촉피부염, 지루피부염과 혼동될 수 있어 정확한 전문의 진단이 중요하다.
치료의 목적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제나 국소 면역조절제를 사용해 염증을 조절하고 보습제와 약용 크림으로 피부의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다.
최근에는 바이올로직스(생물학적 제제)나 면역억제제 치료 등 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환경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과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경과를 보인다. 적절히 치료하면 증상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피부로 회복될 수 있지만 방치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색소 침착이 남을 수 있다.
장기적인 가려움과 염증으로 인해 피부 감염, 습진, 세균성 포도상구균 감염, 바이러스 감염(헤르페스 감염 등)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적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예방과 관리의 핵심은 피부 장벽을 보호하고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루 두세 번 이상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짧게 하고 자극적인 비누나 세정제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땀이 많이 나는 운동 후에는 즉시 샤워하여 피부 자극을 줄이고, 면 소재의 부드러운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 습도는 50~60%로 유지하고,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면역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식품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우유, 달걀, 콩, 땅콩, 밀가루 등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식품들을 무조건 피할 경우 성장장애 등의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식품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항원 검사를 통해 이를 정확히 진단한 후 올바른 식사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가급적 패스트푸드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
아토피 피부염은 단순히 피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면역 체계와 피부 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 질환이다. 꾸준한 관리와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며 올바른 생활습관을 병행한다면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완치보다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 계획 아래 꾸준히 관리한다면 아토피 피부염은 더 이상 두려운 질환이 아닐 것이다.
인하대병원 피부과 변지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