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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고위험 산모, 두려움보다 관리가 먼저다.

2025.10.16


최근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고령 임신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고위험 산모’라는 용어도 낯설지 않다.


고위험 산모’란 일반 임산부에 비해 산모나 태아에게 합병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내과적 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자궁 및 자궁경부의 기형, 자연유산, 태아 기형 경험, 조기 분만, 자궁 내 태아 사망이나 신생아 사망 경험이 있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출산 경험과 관계없이 35세 이상 임산부를 고령 산모로 규정한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모의 건강 상태,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위험 요소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고위험 산모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인자를 지닌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미혼모나 산전 진찰을 받지 않은 임산부도 포함된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기존 질환이 있거나 자궁 기형이나 난임 치료 끝에 임신한 경우, 또 전치태반, 조기 양막 파수, 다태아 임신처럼 임신 자체에서 비롯된 합병증이 동반될 때도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흡연, 음주, 스트레스, 환경적 유해 요인까지 겹치면 위험은 더 커진다.

그렇다고 해서 고위험 산모가 곧바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철저한 관리다. 진료 간격을 짧게 유지하며 정밀 초음파, 혈액검사, 태아 심음 모니터링을 포함한 정기적 검진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밀 초음파 검사는 숙련된 의료진이 정밀 장비를 사용해 태아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검사다. 임신 중기인 18~24주는 태아의 장기가 어느정도 형성된 시기로, 태아를 평가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정밀 초음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검사를 통해 태아의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장초음파나 도플러 검사 등을 함께 진행해 태아의 심장과 혈류 상태까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은 기본이다. 흡연과 음주는 단호히 멀리해야 한다.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다면 임신 전부터 조절이 필요하며, 임신 중에도 산부인과와 내과가 협진하여 약물과 생활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는 산모는 염분 섭취를 줄이고 당뇨가 있는 산모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단순당을 피해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사가 권장되며 과식이나 폭식은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 체중 증가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태아의 성장과 산모의 안전에 모두 이롭다.

고위험 임신이 주는 또 하나의 부담은 심리적 불안이다. 산모는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때 가족의 지지와 의료진의 세심한 상담이 큰 힘이 된다.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고위험 임산부에게 의료비를 지원 확대하고 있다.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에 속하는 임산부 중 조기진통, 분만 관련 출혈, 중증 임신중독증, 양막 조기 파열, 태반 조기 박리, 전치태반, 절박유산, 양수과다증, 양수과소증, 분만전 출혈, 자궁경부 무력증 등 11대 고위험 임신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다.

심지어 자궁 내 태아 사망으로 인한 사산의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외국 국적자와 국외 이주자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임신은 결코 혼자가 아닌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고위험 산모라 하더라도 올바른 관리와 충분한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안전하고 행복한 출산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에 머무르지 않고 위험을 조기에 파악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박수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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