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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만병의 근원, 비만과 대사 수술

2025.09.12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지방조직이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비만으로 정의한다.

병적 비만은 비만 정도가 심해질수록 질병 위험도가 증가하는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 비만 관련 질환의 위험이 크게 높아져 ‘고도 비만’이라고도 한다.

고도 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의 약 75%, 당뇨병의 44%, 암의 33%, 허혈성 심질환의 23%가 비만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비만대사수술센터에 내원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다이어트를 수없이 해본 분들이다. 굶는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등 식단을 조절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삭센다, 위고비 같은 비만 약물을 투여하고 있거나 투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식사량을 극도로 절제하면 단기간에 살이 빠지긴 하겠지만 운동을 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근육까지 함께 빠져버리면서 살이 찌기 쉬운 체형으로 바뀌게 된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릇된 다이어트 방법은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요요 현상을 거쳐 점점 살을 빼고 싶어도 빼기 어려운 체형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음식 섭취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생활습관 변화를 가져오게 하여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고 동반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다.

또한 수술 전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수술 위험을 감수하며, 비만 치료에 적극적인 동기가 있고, 수술과 관련된 필요한 정보를 인지하고 있으며,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 및 추적 관찰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비만대사수술은 흔히 ‘비만 수술’로 알려져 있다. 국제당뇨병연맹(IDF)은 2011년 당뇨병 치료를 위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고도 비만 치료 방법으로만 인식되던 비만 대사 수술을 당뇨병 치료 방법으로도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비만 대사 수술은 단순히 체중 감소나 미용적 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당뇨병을 비롯한 다양한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을 완치하거나 개선하여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비만대사수술에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인 고도비만.
- 체질량지수 30kg/ 이상이면서 대사와 관련된 합병증(고혈압,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위식도역류, 제2형 당뇨, 고지혈증, 천식 등)을 동반한 경우이다.

 비만대사수술에는 여러 수술이 있지만 가장 많이 시행하는 수술로는 위소매절제술, 루와이 위 우회술, 조절형 위밴드 삽입술이 있다.

 
  1. 위 소매 절제술 :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수술로 알려져 있으나 음식물이 빨리 지나가게 하여 흡수를 줄인다는 기전도 보고되고 있는 수술법이다. “D” 자형으로 늘어나 있는 대만곡 부위와 음식 저장소 역할을 하는 위저부를 소매 형태로 절제해 튜브 형태로 만들어 위 용적을 약 60~100cc로 줄인다. 위 용적을 줄여 음식물 섭취량을 제한하고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여 몸무게를 줄여주고 당뇨, 고혈압 등을 치료하게 해준다. 위 상부에서 분비되는 식욕 관련 호르몬이 억제되어 식욕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으며 수술 후 체중 감소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수술로의 전환이 비교적 쉬운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루와이 위 우회술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적고, 위식도 역류 발생 빈도가 높으며 위가 다시 늘어나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2. 루와이 위 우회술 : 음식 섭취와 흡수를 동시에 제한하는 혼합형 수술법이다. 위를 상부 일부분만 남겨 위 용적을 약 15~20cc만 남기고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 방식이다. 따라서 음식물은 분리되어 남은 아래쪽 위는 통과하지 않고 상부에 연결된 소장을 통해 길게 우회하게 된다. 줄어든 위용적으로 음식 섭취가 제한되며, 하부 위와 평균 100cm 정도의 소장을 우회해 흡수를 줄여 체중 감소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체중 감소 및 당뇨 치료 효과가 제일 좋은 수술법이지만 수술이 비교적 어렵고 합병증 발생률이 다른 수술에 비해 높다. 영양 흡수가 제한되어 설사 및 영양결핍이 발생하기 쉬우며, 음식물이 통과하지 않는 아래쪽 위는 내시경으로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암이 많은 한국에서 적용하는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3. 조절형 위 밴드 삽입술 :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수술로 위 상부에 밴드를 감고 이를 복벽 내 삽입된 포트와 연결한다. 포트에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위 상부에 감은 밴드를 팽창시켜 식사량을 줄인다.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어 비만수술 초창기부터 널리 시행되어 왔다. 위를 온전히 보존하고 본인 스스로 조절 가능하며 밴드를 제거하면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되면 밴드가 위를 파고 들어가거나 위치가 옮겨져 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 효과가 다른 수술에 비해 낮아 병적 비만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힘들다. 요즘에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 수술법이다.
모든 수술은 복강경을 통해 시행된다. 복부에 작은 절개창을 내고 공기를 주입한 뒤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특수 제작된 기구로 수술한다.

위 소매 절제술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루와이 위 우회술은 최소 2~3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비만대사수술은 병적 비만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에 걸쳐 의미 있는 체중 감소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반 질환 개선에도 큰 효과를 보인다.

비만 대사 수술은 단순한 체중 감소가 아니라 장기 생존과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수술 후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위식도 역류 등이 호전되거나 해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유방암, 대장암 발병률 감소와 장기 생존율 향상 효과도 입증되었다.

또한 2019년 1월부터는 비만 대사 수술이 요양급여 항목에 포함되면서 기존에 내과적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비용 문제로 치료를 미뤘던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수술 후 1개월 동안은 고단백의 부드러운 음식을 천천히 섭취해야 한다. 음식은 유동식 → 죽 → 고형식 순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1개월 이후에는 식사량을 150~200g으로 늘리고 식사 횟수를 하루 3회로 줄이는 연습을 한다.

회복 속도는 환자의 나이와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수술 당일부터 보행이 가능하며 가능한 빨리 움직이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수술 자체의 회복은 보통 1~2주면 충분하며 올바른 식이 조절이 병행된다면 1개월 이후부터는 활발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수술 후 식사량이 줄고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면 변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충분한 수분 섭취, 채소와 과일의 균형 잡힌 섭취,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비만대사수술은 수술만 받으면 비만과 대사질환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내과적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료되지 않은 상태를 수술적 치료로 변화를 준 후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 후 엄격한 관리가 필수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하대병원 외과 오승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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