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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탈장이 의심되면 서둘러 치료하세요

2025.05.26


탈장이란 신체 내부의 장기나 조직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주변 구조물의 틈을 통해 바깥으로 돌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중 서혜부 탈장은 복벽의 약한 부위를 통해 장과 복강 내용물이 아랫배 쪽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으로, 흔히 아랫배에 혹처럼 만져지는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한 혹으로 여겨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서혜부 탈장은 주로 생후 1세 이전과 40세 이후에 발생률이 증가합니다. 소아의 경우, 태어나기 전 발달 중 자연히 닫혀야 할 복막의 통로가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아 발생합니다. 반면 성인 탈장은 복벽의 근육이나 근막이 약해지면서 생기며, 여기에 변비, 복부 비만, 만성 기침,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습관 등 복압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작용해 발병하게 됩니다

전체 탈장의 약 75%를 차지하는 서혜부 탈장은 여성 남성에게 더 흔하고, 오른쪽에서 더 자주 발생합니다. 이 외에도 복부 수술 이력, 과도한 운동,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전립선 비대증 등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혜부 탈장의 증상은 탈장의 크기나 상태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배에 힘을 줄 때 혹이 튀어나왔다가, 힘을 빼거나 누우면 자연히 들어가는 것입니다. 반복적인 기침이나 장시간 서 있는 경우 탈장이 더 도드라질 수 있으며, 초기에는 통증보다 이물감이나 불편감이 주로 나타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상황은 장이 탈장 부위에 끼이거나(감돈), 혈류가 차단되어 괴사로 진행되는 경우(교액)입니다. 이 경우 심한 복통, 발열, 오한, 구토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며,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진단은 대부분 신체검진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가능하며, 필요시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를 통해 더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서혜부 탈장은 자연 치유되거나 약물로 치료되는 질환이 아니며, 수술이 유일한 근본 치료 방법입니다. 수술 방법은 개복 수술뿐 아니라 복강경 수술 및 로봇 수술이 있으며, 최근에는 단일공 로봇 수술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배꼽 부위에 3~4cm 정도의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하여, 회복이 빠르고 흉터도 작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 작은 탈장은 경과 관찰이 가능하나, 장기간 추적 연구에 따르면 무증상 서혜부 탈장의 약 2/3가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수술 여부는 환자의 전신 상태,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하여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에는 일반적으로 2~3일 이내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완화되며, 수술 상처가 아물기까지 약 2주간은 무거운 물건 들기, 복압 상승을 유발하는 활동은 피해야 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 유지, 복부 근력 강화 운동(걷기, 요가, 스트레칭 등), 충분한 섬유질 섭취를 통한 변비 예방이 도움이 됩니다.

서혜부 탈장은 초기 증상이 경미하여 간과되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장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수술 후 회복을 빠르게 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열쇠입니다. 탈장이 의심된다면,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전문 의료진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침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하대병원 외과 오슬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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