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침묵의 시력 약탈자' (silent thief of sight)로 불리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은 눈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실명 1위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방치되기 쉬우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
황반변성이란 무엇인가?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점차 저하되는 질환이다. 초기 황반변성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질환이 진행되어 신생혈관이 생기는 후기 황반변성으로 발전하면 시력 저하가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출혈과 부종이 반복되며, 결국 시세포가 위축되면서 실명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기 황반변성을 과거에는 건성 황반변성이라 불렀으며, 후기 황반변성을 습성 황반변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사실 후기 황반변성은 출혈, 부종 이외에 시세포와 황반의 광범위한 위축을 가져오는 위축성 황반변성도 포함하기에 과거의 습성 황반변성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황반변성, 왜 증가하고 있을까? 과거에는 황반변성이 서양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인의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2년 6.6%였던 유병률이 2020년 13.9%로 증가했다. 이는 노령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서구화된 식습관,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황반변성의 주요 원인과 위험인자 황반변성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는 나이다. 나이가 1년 증가할 때마다 황반변성 위험도가 9%씩 상승한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세포 손상이 축적되면서 황반에 변성이 일어나게 된다.
고혈압은 혈관벽의 산화와 경화 등의 변화가 황반변성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혈압이 1mmHg 상승할 때마다 황반변성의 위험성이 9%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흡연은 황반변성의 발생과 악화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생활습관 요인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과도한 자외선은 망막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광수용체 세포에 손상을 일으켜 황반변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장시간 야외 활동 시에는 자외선 차단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환경 오염도 중요한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금속(납, 카드뮴) 노출은 황반변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된다.
황반변성의 최신 치료법 황반변성 치료의 가장 큰 전환점은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유리체 주입술의 개발이었다. 혈관 내피성장인자에 대한 항체를 안구 내에 직접 주사해 맥락막 신생혈관을 억제하고, 출혈 및 부종을 감소시켜 시력을 보호하거나 호전시킨다. 일반적으로 한 달 간격으로 3회 주사한 뒤, 상태에 따라 주사 간격과 횟수를 조정한다. 초기에는 대장암 치료제로 사용되던 베바시주맙이 황반변성 치료에 활용되었고, 이후 라니비주맙, 아플리버셉, 브롤루시주맙 등이 개발되며 치료 효과가 향상되었다. 최근에는 angiopoietin-2를 함께 억제하는 파리시맙과 같은 신약이 등장하여 치료 옵션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한 번의 주사 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하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상당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약제의 등장으로 치료비 부담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황반변성, 이렇게 대처하자 황반변성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이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망막 세포 손상이 적어 치료 효과가 더욱 좋다. 망막 신경 손상이 많이 진행된 경우 시력 회복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적어도 50대 이후부터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권장한다.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 비타민이 풍부한 식단과 루테인 섭취가 도움이 된다. 흡연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선글라스나 모자를 착용해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하대병원 안과 김요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