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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통풍, 식이요법으로 예방과 치료를 "치맥은 굿바이~"

2024.10.23



이제 바야흐로 연말이 다가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끝나가고 그렇게 더웠던 여름도 어느덧 지나갔고 추운 계절이 다가옵니다. 추운 계절, 연말연시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자리를 가지면서 한 해의 묵은 피로를 풀어내야지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에 약주를 살짝 곁들이면 두말할 나위없이 좋을 겁니다. 통풍만 없다면 말이지요.

통풍은 근래에 나온 병이 아닙니다. 유럽 박물관에 있는 고전 명화들에서 술과 고기를 앞에 둔 귀족풍의 옷을 입은 남자의 발가락이 부어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왕이나 귀족처럼 고기와 술을 많이 먹는 사람들, 가장 유명한 예가 영국의 헨리 8세이지요, 이런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 해서 과거에 ‘제왕들의 병’이라고도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옛날 그림에 있던, 왕이나 귀족들이나 먹던 그 음식들은 요즘 매우 흔해졌습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주문만 하면 금방 우리 집 앞으로 배달되지요. 그래서인지 근래 통풍 환자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연평균 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통풍은 ① 몸 안의 요산 농도가 올라가는 고 요산혈증이 생기고 ② 요산이 조직에 침착하는 요산 결정화, ③ 요산 결정에 따른 급성 염증반응으로 인한 급성 관절염으로 일어납니다. 통풍에 따른 급성 관절염은 주로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 등의 하지에 생기는데 해당 부위가 붓고 열이 나며 많이 아픕니다. 보기만 해도 불그스름한 것이 보통이 아니게 생겼습니다. 통풍이란 이름조차도, 소위 바람만 불어도, 즉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여 통풍 (痛風) 이라고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병이 요사스러운 건, 그렇게 심각했던 것이 짧게는 수 일, 길게는 2주일이 지나면 말짱하게 좋아집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요. 하룻밤의 꿈이거니 하고 잊고 지내다 보면 80%의 환자에게 2년 이내에 재발해서 꿈이 아닌 걸 확인시켜 줍니다.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은 퓨린 대사과정에서 나옵니다.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포유류에게는 요산분해효소가 있어 혈중 요산농도가 낮게 유지되는 반면에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는 진화과정에서 요산분해효소 유전자가 없어지면서 혈중 요산 농도가 올라갔다는 거지요. 진화 과정에서 인류가 잃어버린 요산분해효소를 현재는 약으로 만들어서 통풍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니 참 신기한 일이지요.

요산 농도가 올라가는 고 요산혈증의 원인은 요산이 과다하게 만들어지는 경우, 신장의 요산 배출에 장애가 생긴 경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요산의 과다 생성은 먹는 것과 관련이 많은데, 맥주 등을 포함한 음주, 퓨린이 함유된 단백질(예컨대 붉은색 고기, 조개류), 액상과당류 음료수(예컨대 콜라, 사이다 등 탄산수)를 많이 먹을 때 요산이 과다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풍의 진단은 피검사로 요산을 측정하고, 관절 부종 시에는 관절액을 뽑아 요산 결정을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과 보조적으로 dual-energy CT, 관절 초음파, xray 촬영을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통풍의 치료는 혈액 속 요산 수치를 낮추기 위해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고 식생활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통증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통풍은 주로 성인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폐경기 여성에게도 통풍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폐경기 이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통풍의 위험군으로는 통풍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과도한 음주를 하거나, 비만,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 고혈압이나 신장병이 있는 사람을 꼽을 수 있습니다.

통풍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만성 결정 통풍 관절염으로 진행하여 지속적인 통풍 발작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부전이나 동맥경화에 따른 뇌졸증, 관상동맥질환 등과 같은 혈관계 질환이 동반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병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통풍을 잘 치료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풍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통풍은 생활 습관상 고지혈증, 당뇨 등의 대사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도 검사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요. 통풍은 통풍 발작 중간에는 전혀 통증이 없으므로 치료에 나태해지기 매우 쉬운 질환입니다. 꾸준하고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야 하고, 무엇보다 식생활 개선이 중요합니다.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고단백, 고칼로리식을 주의해야 하고 잦은 음주를 자제해야 합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행복과 건강을 함께 챙기시지요.


류마티스내과 임미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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