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수두를 앓은 경험이 있는 정 모씨(60·여)는 평소 야외활동과 운동을 즐기는 편이라 남들보다 건강을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도 옷을 얇게 입고 운동을 즐겼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발열, 오한과도 같은 감기 증세가 정 씨를 찾아왔습니다. 평소 워낙 건강하다고 자부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증세는 갑자기 등에서 시작되는 극심한 통증으로 변모했습니다. 결국, 정 씨는 인하대병원 통증센터를 찾았고, 대상포진 초기 진단을 받아 신경치료를 받았습니다.
│가을의 악마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어릴 적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은 물론, 수두를 앓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신경세포 내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는 드물게 발생하고,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에서 환절기 감기 등에 의해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발열,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침범한 신경을 따라 피부에 발진과 물집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됩니다.
사실, 피부의 병변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통증인데요. 신경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아주 심하게 나타납니다. 심한 통증과 감각이상이 동반되며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납니다.
이 통증을 조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후유증이 남게 되고 완치가 힘들어집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고령일수록 발병 초기부터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 등 적극적인 신경치료를 받아야 원활한 일상생활과 후유증 예방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대상포진은 장기이식,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환자에서는 증상이 전신에 퍼져서 드물지만, 사망이 이를 수도 있는 질병이므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적극적인 초기 치료가 중요
대상포진의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와 신경 치료가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데 신경통이 나타날 확률을 낮춰 주고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경 치료는 교감신경 차단술과 신경근 차단술이 대표적인 방법이고, 고주파 열응고술을 쓰기도 합니다.
치료 시기도 중요한데, 통증이 나타나면 이른 시일 내에 치료해야 신경통이 만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아집니다. 치료 효과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떨어집니다.
대상포진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체력을 잘 관리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며, 가장 중요합니다.
또 50세 이상, 만성질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 등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큰 사람은 미리 백신을 맞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상포진 통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진행되어 삶의 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